차분히 연구의 주제와 관련된 몇 개의 단어, 혹은 조금 더 기다란 문장을 통신기에 발신하듯 무미건조하게 말하던 한 쌍의 목소리가 어떤 기점을 중심으로 끝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포인터가 히사베스에게 던진 마지막 말은 맥락을 뛰어넘었다. 이동 술식 플로피 디스크도 이 정도는 못할 것이다.

상대방은 자신이 예상했던 반응보다 조금 더 놀랐다. 아, 그래? 거기다가 두고 잠깐 이것 좀 봐, 이런 대답을 넘어섰다. 여전히 인수인계나 공동연구자 탈퇴 제안서는 공중에서 포인터의 손안에서 버티고 있었고, 포인터는 자신의 신청서를 받지 않고 서 있는 히사베스에게 다시 말했다. 이 팀에서 나갈 거니까, 새로운 인원을 뽑아. 이 말 뒤로 히사베스는 '알겠어'라고 말하며 포인터의 주제를 덮고 다시 연구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확률은 다시 한번 뒤집인다.

나가겠다는 거야? 그래, 여기에 다 적혀 있으니까, 일단 받아줄래? 소란에 불이 붙자 한 명에게 속한 다른 존재들, 뱀들이 히사베스의 외투 안이나 머리카락의 안에서 나와 말했다. 포인터? 무슨 일이야? 실비, 계속 저대로 두지 말고, 일단 받아. 싫어! 뒤부아 가문의 차녀가 큰소리를 내자 방 안은 전원 꺼진 실험 장치처럼 푹 가라앉았다.

흔치 않게 오로지 감정에 치우친 히사베스의 반응을 마주해도 포인터는 어떤 계산으로 나온 값을 보듯이 무덤덤했다. 결국 계속 들고 있던 서류를 히사베스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한 마디의 말을 남긴 채로 상대방의 방을 나섰다. 짐 정리해야 하니까 가볼게. 버튼 하나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한 번씩 오가자 히사베스의 형제자매는 급히 같은 팀원이 제출한 종이를 읽으러 기어와 읽었다.

이 상황의 수용과 상관없이 문자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자신의 건강 상태는 적합하지 않다. 건강 상태? 이에 공동연구자에서 제외를 요청하며....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라플라스는 포인터의 신청서를 승인했고, 승인 날짜로 된 숫자들이 정신없이 흘러 들어온다. 자신의 업무를 뒤이어 맡기에 '괜찮은' 인물들의 간단한 이력서가 첨부되어 있지만, 뱀들은 구태여 그 부분까지 읽지 않았다.

막심은 말없이 서 있는 인간 형태의 동생에게 말했다. 포인터한테 여기를 나갈만한 일이 생겼나 보네. 히사베스는 자신의 책상을 짚고 기대다가, 순간 타올랐던 머릿속의 불같은 감정을 좀 꺼뜨리고 조금 타들어 간 새까만 자국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순간 화를 냈지. 연구의 인원 변동은 흔한 일인데도 말이야..."

"서류나 다시 한번 꼼꼼히 봐봐, 실비. 정말 여태까지 몰랐어?"

수군거리는 형제자매들의 추측이나 의심을 뒤로하고 히사베스 자신도 종이 뭉치를 읽었다. 후우.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유달리 깊었다. 더 자세히 적혀 있는 내용과 히사베스가 형제자매에게 전달받은 정보는 큰 차이가 없었고, 그저 포인터가 라플라스에게 신청한 예의 '탈퇴서'를 빤히 볼 뿐이었다. 기존의 연구 예산이나 연구 진행 일정에 큰 차질을 빚은 것을 제쳐두고, 포인터의 건강에 대해 생각했다. 연구에서 나갈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거라면, 왜 지금 말한 거야?

어디 가냐는 뱀들의 말을 뒤로 두고 히사베스는 그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노크라는 행위는 일절 생략되고 문을 여는 버튼을 꾹 눌러도 라플라스 철제 문은 반응이 없었다. 꼭 포인터와 팀을 막 이뤄냈을 시절 같았다. 그 뒤로는 내부 잠금장치의 번거로움을 못 이겨낸 포인터가 잠금을 아예 포기했었지만, 다시 문은 그 당시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왜? 방문 의사를 표현하는 종 모양의 버튼을 여러 번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자신들의 연구는, 에스텔의 비유로 말하면 '순항하는 돗단배' 같았다. 계속 수렁에 빠지는 연구적 오류도 없었고, 연구비도 이전에 비해 여러 군데서 캐온 덕분에 모자람은 없었다. 최근에 다툼이나 갈등이 있었나? 14시간 연속 회의를 무사히 끝낼 정도로 의견도 잘 맞아떨어졌었다.

철저히 감정으로 인한 오기가 생긴 히사베스는 문의 비밀번호 네 자리 숫자를 눌렀다. 포인터가 먼저 알려주었던 숫자였다. 띡, 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히사베스는 포인터, 우리 얘기 좀 해, 라고 말했고 동시에 보게 된 것은 누가 툭 밀쳐서 떨어진 전자 기기처럼 엎어져 있는 포인터였다.

비극은 실험실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과한 감성이었으므로, 이는 비극이라기보다는 사고라 말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불시에 찾아오는, 그야말로 불청객이라는 사실은 비극과 사고의 공통점이다.